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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산다!128

D+165 딸아이의 미국 초등학교 첫 학기 결산 나나 아내는 20대부터 해외 생활 경험이 많았다. 아내는 20대 초반에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어학연수와 유학 생활을 했고, 나는 20대 후반에 미국에서 대학원 유학 생활을 했다. 그래서 10년을 한국에서 지냈어도 다시 미국에 가기로 했을 때, 두려움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예측이 가능하고, 어떤 장애물이나 어려움을 겪을지 알기 때문에 마음에 각오를 다지기에도 좋았다. ​ 미국 유학 시절 태어난 딸아이는 달랐다. 미국에서 태어나 서부 끝에서 동부 끝까지 이주하는 엄청난 일들을 겪었음에도, 그 모든 일들은 고작 첫돌도 지나기 전의 일들이다. 돌이 막 지난 13개월 때 한국으로 들어온 뒤, 약 10년, 정확히는 9년 동안 한국에서 한국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당연히 미국에서의 생활은 .. 2023. 1. 19.
2-11 미국 가는 이삿짐, 소포 박스 여섯 개 10년 전 뉴저지에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 나와 아내가 최종적으로 싼 짐은 소포 박스 여섯 개였다.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다 보니 많지는 않았지만 침대니 서랍장이니 해서 짐이 꽤나 늘어났었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한 이상 모든 짐을 다 처분해야 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정말 염가로 가지고 있던 가구나 전자제품들을 모두 처분했고, 꼭 가지고 가야만 하는 짐만 추리고 보니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짐을 제외하고 가장 큰 소포 박스 여섯 개가 나왔다. 그렇게 육 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올 때 내게 남은 것이 소포 박스 여섯 개였다. 10년 만에 다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향하게 되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챙길지가 또 큰 고민거리가 되었다. 10년 전에는 갓난쟁이.. 2023. 1. 17.
D+159 우리 집에 초대합니다 누구든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도에서 도를 이동, 아니 시에서 시로 이동만 하더라도 쓰레기 분리배출에서부터 사소한 행정 복지 시스템, 아파트 관리 규정들이 미세하게 달라서 은근히 불편함을 야기하곤 한다. 이웃과의 거리감이 점차 멀어지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모르는 것들을 이웃에게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짧지 않은 시간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심할 때는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한국 내에서 시에서 시, 도에서 도로 이동한다 할지라도 어려운 일이 많을 텐데, 나라에서 나라로 이주를 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일들이 얼마나 많았으랴. 처음 이곳에 오고 나서 약 한 달 동안은 정말 잠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도 온 가족이 함께 삶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2023. 1. 11.
2-10 서울 횡단 대환장 파티 ‘아아아악!! 어떡해~!’ ‘왜, 왜, 왜?’ ‘졸업 증명서, 성적 증명서 제출일이 이번주 금요일 까지잖아!’ 아내가 학교 지원할 때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명서를 스캔본으로 제출했었는데, 합격통지 때 원본 서류를 모월 모일까지 제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워낙 이주 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늘이 수요일, 금요일까지 도착할 방법이 무엇일까? 국제 특송 업체를 검색해 보니, 이틀 안에 발송이 가능하다는 말에 일단 안심했다. 미국 업체 F사는 미국으로 특송을 보낼 때 빠르고, 유럽 업체인 D사는 구대륙(유럽, 아시아) 쪽이 빠르다고 한다. 증명서들이 있으면 바로 보내면 될 텐데, 서류가 없으니 발급부터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오피셜’ 영문 성적 증명서와 졸업 증.. 2023. 1. 10.
D+152 올 한 해는 행복했나? 2022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세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한 해일 거다. 아마도 나는 직장과 돈벌이를 그만 두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겠지. 결혼 10년 만에 그동안의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struggle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지금의 금전적 안락함은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학교 때문에 바쁠 것이고, 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애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끼리 행복해야 한다는 것. 없는 것에 괴로워하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 하고 감사하자. 올해 목표는 아내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길 듣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쓴 .. 2023. 1. 4.
2-9 주민센터와 은행은 우리 집 안방?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하기 위해서는 여러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지난번에 언급했던 입학 허가 서류(합법 체류를 위한 서류)와 비자(합법 입국을 위한 서류)다. 이 두 개의 서류는 반드시 순서대로 신청 및 발급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서류를 발급받고 준비해야 한다. 이 시기가 되면 관공서와 은행을 그야말로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어야 했다. 수많은 서류들을 발급받아야 했고, 은행 잔고 증명도 필요했다. 참고로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 늙은이 분위기?)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 영문 주민등록등본은 물론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모든 문서를 고퀄리티로 인쇄할 수 있는 좋은 프.. 2023. 1. 3.
D+147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3) 결국 크리스마스이브 날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보낸 탓에, 온 가족은 감기에 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엔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이불속에만 박혀 있게 되었다. 아이는 열이 38도에 기침을 계속했고, 아내나 나도 두통에 시달렸다. 도저히 무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예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결국 가지 못했고, 집에서 푹 쉬기만 했다. 다행히 다음날 아내나 나는 조금 괜찮았는데, 아이는 아직 열이 계속 오르내렸다. 그래도 정신은 조금 차렸는지, 먹고 싶은 것도 조금 생기고 낮 시간 동안 제법 놀기도 해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아이가 돌을 막 지나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갑자기 축 늘어지는 바람에 알아차리고 응급실에 갔다가 폐렴을 발견해 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한 뒤로는, 아이가 쳐.. 2023. 1. 2.
2-8 좋은 일도 걸림돌이 되는 순간 우리 부부에게 하나 있는 딸은, 내가 미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태어났다. 국적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모두 국적을 부여한다. 그래서 우리 딸은 이중국적자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렇게 예외적으로 속지주의를 택하는 나라에서 태어난 자국민의 경우에는 22세가 되기 전 한국에서는 미국 국적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지만 복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우리 딸은 미국인이다. 미국인 딸과 함께 미국에 가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아이가 미국인인 게 얼마나 편하겠냐 싶겠지만, 나에게 딸이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러 가지 실수나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준비 업무를 진행.. 2022. 12. 31.
D+145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2) 크리스마스이브 아침이 밝았다. 밤새 추위에 떨며 자서 그런지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 그 와중에도 반려견 디디는 야외 배변을 하는 탓에 아침 일곱 시부터 산책을 나가야 한다. 눈은 10센티가량 쌓이고 기온은 영하 20도인데! 디디도 추운지, 배변만 하더니 집 쪽으로 몸을 확 틀어서 들어가려 안달이다. 기다려라, 배변 봉투는 버려야지. 서둘러 쓰레기통에 배변 봉투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실과 작은 방의 온도계를 확인해 보니, 거실은 6도, 작은 방은 영하 1도다! 아무래도 이건 정상일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이브지만 관리사무소에 연락했다. 긴급 수리는 24시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 관리사무소에 전화하자 자동응답이 받는다. 히터에서 찬 바람이 나오고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2022. 12. 29.
D+144 ‘미국에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의 악몽 (1) 크리스마스.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이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고, 산타의 방문을 기다리는. 더군다나 미국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다. 가을이 되고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명절 시즌의 피날레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핼러윈이나 추수감사절이 마치 크리스마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그 크리스마스가 바로 이번 주말이다. ​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고, 큰 트리와 베란다 장식도 했다. 아직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혹은 믿는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딸아이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선고 싶은 선물을 적은 편지도 썼다. 우리는 아이 몰래 선물 준비도 다 마쳤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도 뿌려주고 해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단 생각에 설레는 마..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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