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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49

D+226 해외에서 아프면 서럽다? 15년 전 이십 대 후반에 처음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나는 등, 몸이 아픈 일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보험 여부에 따라 의료비의 차이가 워낙 큰 미국의 특성상,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든 것도 한몫을 하기도 했지만, 설사 병원에 간다 하더라도 몸이 어떻게 아픈지 설명하기도 어렵고 내가 어떤 치료를 받는지 잘 알기도 어려우니,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고나 할까?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에 홀로 누워 있다 보면 괜히 눈물도 나고 했다. 가족이 그립고 집이 그립고 한국의 의료제도가 그립고, 막 그랬다. ​ 약 10년 전 삼십 대 초반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아팠을 때도 그랬다. 모든 환경이 낯설고 오롯이 남편인 나와 아내가 이 모든 상황을 이.. 2023. 3. 23.
D+222 오지 않는 ‘봄’ 맞이 3월도 이제 중순에 다다르고 있는데, 아직도 봄 날씨는 요원하다. 물론 한국에서도 3월 중순까지는 꽃샘추위로 추운 날이 반복되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선 바닥 난방을 하지 않으니 이른 봄 날씨가 더 추운 것 같기도 하다. (아, 물론 눈이 왔으니 안 추운 날씨가 춥게 느껴지는 건 아니다) ​ 이곳은 겨울의 날씨가 워낙 추워서 계속 봄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늦여름에 처음 미국에 와서 적응 좀 하려나 싶었더니 10월 말부터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다. 가뜩이나 집돌이 성격인 나로서는 집에만 틀어박힐 명분이 생겼고, 그렇게 거의 4~5개월 동안 집에만 박혀 있었다. 아무리 집돌이라도 이 기간은 꽤나 힘이 들었다. 가정주부인 입장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나가는 모임도 없으니, 정말 그야말로 집에만.. 2023. 3. 16.
D+208 미국의 여름방학 준비는 2월부터 미국의 교육제도는 한국의 그것과 차이가 크다. 지금쯤이라면 한국에선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한창 새 학년을 준비하겠지만, 미국의 2월과 3월은 학교 스케줄과는 큰 상관이 없다. 그저 계속 흘러간다. ​ 다들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만, 미국의 새 학년은 8월 말, 9월 초에 시작한다. 미국에서 새 학년이 봄이 아닌 가을에 시작하는 이유를 chatGPT한테 물어보니까 더운 날씨에서 쌀쌀해지는 시기가 더 학교에 적응하기 쉽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란다. (재밌는 이유인데?) 9월 초에 시작한 학기는 여름이 오는 6월 초가 되면 모두 마무리되는데, 그러다 보니 여름방학이 무척 길고 겨울방학은 거의 없다. 우리 딸 학교의 경우는 겨울방학이라곤 크리스마스 연휴뿐이다. (12월 25일 ~ 1월 1일) 그러니 2월은 그저 흘러.. 2023. 3. 2.
D+200 너의 목소리가 안 들려 미국에 산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삶과 다른 부분은 거의 없다. 회사라도 다니고 학교라도 다니면 사람도 만나고 하니까 다른 부분이 있을 텐데, 주부인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미국임을 잘 느끼지 못한다. 환경적인 차이를 느끼기는 하지만, 그건 한국과 미국의 차이라기보다는 도시와 시골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서부에 있을 땐 도심과 도심외곽(suburban) 지역의 느낌 차이가 크지 않았는데, (내가 살던 곳 한정이다) 지금 이곳은 도심 외곽의 모습이 거의 시골이다. 물론 도심도 읍내 느낌 정도기는 하지만. 내가 느끼는 삶의 차이는 딱 그 정도다. 이건 나라가 바뀌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아니다. ​ 보통 영미권 국가로 이주하게 되면, 생활에서 가장 큰 차이와 고민을 만드는 부분은 영어 소통이.. 2023. 2. 23.
D+186 반려견 디디의 대 탈주극 집에 있는 학부모로서 평일 낮 일과 시간에 하는 일 중 절대 놓쳐선 안 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딸아이의 등굣길을 데려다주는 것, 다른 하나는 하굣길에 데리러 나가는 것이다. 미국에선 초등학교 때까지는 혼자 등하교를 하면 안 돼서 학교 버스를 탄다고 해도 반드시 정류장으로 데리러 가야 한다. 아이의 등교시간은 아침 여덟 시 반, 하교 시간은 세 시 반. 아이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낮시간 스케줄을 모두 맞추어야 하는데, 뭐 특별한 건 없다. 낮엔 주로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이나 브런치, 블로그,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낸다. 사실 언제 해도 상관없는 일들이다. 하지만 아이 등하교와 함께 시간을 맞춰서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 그건 반려견 디디를 산책시키는 일이다. ​ 지난 십일월에 .. 2023. 2. 9.
D+181 일 얘기에 빠진 아내들, 아이 교육 얘기뿐인 아빠들 점심 식사를 마친 후의 회사 뒤뜰엔 남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물고 대화가 한창이다. 대화의 테이블엔 온갖 주제가 오른다. 정치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해외 축구 얘기, 커리어 얘기 등. 마치 대한민국은 다 자기가 이고 있는 듯, 온갖 비판과 비난을 번갈아가면서 쏟아낸다. 집안 얘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간간히 자식 교육 얘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저 학원비가 비싸서 허리가 휘어진다는 정도? 그러다 십여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썰물처럼 모두 사라지고 없다. 반면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자리한 아파트의 코너 골목 옆 카페에는 30대 주부 몇 명이 옹기종기 앉아 온갖 대화가 오가고 있다. 주로 아이들 학업, 성적, 혹은 학원, 특별 활동 등의 이야기를 나눈다. 은근 신경전이 장난 아니.. 2023. 2. 2.
D+170 29년 만에 바꾸는 냉장고, 1년도 못 쓰는 청소기 전의 글에서도 몇 번 등장한 적이 있는 조이는 딸아이 스쿨버스를 탑승할 때 정류장에서 어린이들의 안전을 관리해 주는 역할인 스쿨가드 여성이다. 60대 초반에 서른 살 아들과 스물넷 딸을 둔 평범한 백인 가정의 엄마이기도 하다. 옛날의 6년 유학 생활과, 지금의 미국 주부 생활 6개월을 통틀어 가장 가까운 일반 미국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에 두 번, 오전과 오후 십여분씩 대화를 하다 보니, 조이를 통해 일반 미국 사람의 삶과 생각을 많이 들을 수 있다. ​ 오늘 조이가 꺼낸 화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형 가전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으로부터 29년 전, 자기가 결혼할 때 마련했던 대형 가전제품들이 최근에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주엔 오븐 스토브 탑이 고장 나더니, 이번 주엔 냉장고가 고.. 2023. 1. 26.
D+152 올 한 해는 행복했나? 2022년 한 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 가족에세 정말 많은 변화가 있을 한 해일 거다. 아마도 나는 직장과 돈벌이를 그만 두게 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겠지. 결혼 10년 만에 그동안의 어려움과 지지부진한 struggle을 내려놓고 새로운 희망으로 도전해 보고자 한다. 아마도 지금의 금전적 안락함은 다시 포기해야 할 것이다. 아내는 학교 때문에 바쁠 것이고, 나는 아이가 새로운 곳에 적응시키는 일에 집중해야겠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장애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끼리 행복해야 한다는 것. 없는 것에 괴로워하거나 부족한 것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행복해 하고 감사하자. 올해 목표는 아내에게 행복해 보인다는 이야길 듣는 것이다. 올해 1월 1일 쓴 .. 2023. 1. 4.
D+134 초등학교 4학년생 인생 일대의 타협 며칠 추운 날씨가 계속되더니 지난 주말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다행히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는 아니었고, 단순 감기였다. 아이가 얼마 만에 감기에 걸렸나 싶다. 지난 몇 년간 팬데믹으로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위생에 신경 쓴 덕분에, 코로나에는 걸려도 감기는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4년 만에 감기에 걸렸다. 기침 약간 하고, 열도 제법 난다. 그런데 감기에 걸린 시기가 좋지 않았다. 아이가 기다리던 이벤트를 여러 개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동급생 친구에게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았다. 주말에 트램펄린 파크에서 꽤 크게 하는 생일 파티여서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학교에서는 월요일에 진저브래드 하우스 콘테스트, 화요일엔 아이가 참.. 2022. 12. 20.
D+131 미국 에너지 요금은 미쳤다 미국 동부에서도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아, 물론 최근 한국 날씨를 보니까, 지금은 한국이 더 춥다. 온도만 보면 확실하다. 한국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반해 여긴 그저 영하 1~2도 수준이다. 이곳 사람들은 계속 아직 진짜 겨울은 시작도 안 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체감 온도는 여기가 더 추운 듯하다. 이유는 집이 춥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기온이 우리나라 강원도와 더 비슷한 지역의 집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열도 난방도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바닥 난방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온풍기 만으로는 정말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기온이 영하를 오르내리면서 온풍기가 거의 하루 종일 틀어져 있는데, 그럼에도 집안 온도를 20도 이상으로 끌어올리..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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