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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49

D+51 과연 우리의 등굣길은 안전했을까? 아이가 학교 버스를 타는 시간이면 오십 대 중반 정도 돼 보이시는 스쿨 가드가 나오셔서 아이들의 학교 버스 승하차와 횡단보도 인전을 도와주신다. 우리 아이가 버스를 타는 곳은 아파트 오피스 앞인데, 학군 당국에서 고용한 소셜 워커로 여겨지는 스쿨 가드 분이 아이들의 승하차를 안전하게 도와주시니 만족감이 매우 높았다. 우리 정류장에는 두 대의 학교 버스가 서는데, 하나는 일반 배정 학교로 향하는 학교 버스 한 대와, ESL 클래스가 운영되는 조금 더 큰 학교의 학교 버스, 이렇게 두 대의 다른 버스가 선다. 원래라면 첫 번째 버스를 타고 그 학교로 모두 통학해야 하지만, 외국인 학생의 경우는 영어 수업에 익숙해질 때까지 ESL 수업이 진행되는 학교로 재배정되어 학교를 다니게 된다. 아무래도 오분 정도 간격.. 2022. 11. 12.
D+46 도시락을 잊고 간 딸아이의 점심식사 미국 초등학교에서 점심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식당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누구는 밥으로 도시락을 싸오기도 하고, 누구는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사 먹기도 한다. 우리 딸아이에게는 아침마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만들어주는데, 전의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가 미국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 가는 것에 대해서 엄청나게 기대를 했던 터라 매우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을 지내고 있었다. 아이에게 싸 주는 도시락에는 그때그때 다르기는 하지만, 가장 자주 싸주는 도시락은 샌드위치 도시락이다. 토스트 빵 두 개를 토스터에 구워서 딸기잼을 바르고 거기에 샌드위치 햄과 노란 치즈를 올린 아주 기본적인 점심 샌드위치다. 맘 같아서는 양상추나 시금치를 추가로 넣어서 야채도 좀 먹게 하고 싶지만, 그러면 아예 도시.. 2022. 11. 12.
D+38 살 떨렸던 미국 초등학교 커리큘럼 나잇 매주 금요일이 되면 미국 초등학교 담임과 교장으로부터 뉴스레터가 이메일로 날아온다. 담임으로부터 오는 뉴스레터에는 다음 주 교과목의 수업 계획표와 진도, 그리고 테스트 일정과 같은 학업계획서가 포함되어 있다. 또 다음 주에 있을 중요 학교 행사들도 알려준다. 지난 금요일엔 목요일에 있을 ‘커리큘럼 나잇’을 잊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뭐지? 그 말로만 듣던 PTA인가?’ PTA는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만나는 미팅 같은 걸로, 가끔 미드나 영화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면서 ‘저런 관계를 맺는 게 정말 어렵겠다’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내 그런 시간이 온 것 같아 바짝 긴장했다. (참고로 요즘은 PFA라고 하나보다. Parent-faculty association) 아주아주 무책임.. 2022. 11. 9.
D+33 그래도 주말엔 유재석 님이지! 어렸을 적 어학연수를 할 때, 한국 콘텐츠는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고작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기 위해, 한국어를 듣고 말할 기회를 줄이는 건 어학연수생에게는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아내는 이십 대 초반에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동양인을 찾아볼 수 없는 오지로 가서 주중에는 한국 노래조차 듣지 않으면서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주말이 되면 봉인했던 한국 노래가 들어간 MP3 플레이어를 틀어놓고 몰래 눈물 지었다던 추억을 지금도 꺼내곤 한다. 나는 조금 뒤늦은 이십 대 후반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해, 자연스럽게 석사 유학을 이어갔다. 나도 어학연수 때는 한국 콘텐츠를 보지 않으려 애쓰고, 외국인들만 만나서 .. 2022. 11. 8.
D+31 한국 아파트 관리비가 그립다 한국에서 출국한 것이 지난 8월 1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2일 아침에 도착했으니까, 이곳에 온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정착을 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신경 쓸 것이 참 많았다. 각종 생활 용품 구매, 은행 계좌 개설, 각종 생활 서비스 신청, 거기에 자동차 구매까지, 수많은 일들을 쉴 새 없이 처리해 왔다. 작은 이슈들은 이래저래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하게도 짧은 시간 동안 잘 정착해서 새로운 일상처럼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달이 다가오면서 이제 여러 가지 신청했던 각종 서비스 (보통 유틸리티라 부른다)에 대한 비용 청구가 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전기, 가스, 휴대폰에 월세까지. 휴대폰의 경우는 날짜가 조금 다르지만, 나머지는 모두 매월 1일이.. 2022. 11. 8.
D+14 늘 그렇듯 길을 잃은 그녀 (이 내용은 이 글​과 사건을 공유합니다) 아내는 중증 길치, 방향치다. 내가 불안하다 싶으면, (요거 길 잃고 헤맬 것 같은데… 싶으면) 어김없이 길을 잃고 헤매며 전화해 성질을 낸다. 오늘은 아내가 인터내셔널 스튜던트 오리엔테이션이 있어서 학교에 가는 날이다. 아내는 아직 정식 수업이 아닌 만큼, 호기롭게 홀로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겠노라고 선언했다.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데다 시간도 길어서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아무래도 늦겠다며, 가는 길엔 라이드를 해주고 오는 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점심 즈음 아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아이와 집에 돌아와 아이 학교 웹 등록과 블로그/브런치 글 등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는데 아내가 드디어 버스 타기를 도전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올 것이.. 2022. 10. 25.
D+9(1) 갑작스레 떠난 원데이 로드트립 일주일 전 차량구매와 운전 면허, 그리고 영사관 면허증 번역 사이에서의 상관 관계를 언급한 바 있었다. 어찌저찌 정보를 통해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즈음해서 영사관 예약이 오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시름 놓고는 시간에 맞추어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오픈된 예약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3주 후이고, 그 이야기는 면허를 받는 일정이 한없이 미뤄져 내가 차를 구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빨라야 9월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 완전 좌절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들어가면 예약 취소건이 있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틈만 나면 영사민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이번주 수요일에 영사관 예약 자리가 난 것을 찾아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 2022. 10. 21.
D+4 우리에게도 일상은 오는가 또다시 아침은 밝아 오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니고, (당연하게도) 하루하루 새로운 이슈가 생겨 해결해야 하기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하다. 아무래도 아내와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시작해야 안정될 것 같다. 아침엔 임대인 보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어제 우편으로 받은 아파트 보험 이슈를 정착 에이전트에게 부탁했는데, 다행히도 잘 해결해서 문서를 나에게 보내주셨고 나는 아파트 보험 관리 대행업체에 그 내용을 보내주기만 하면 되었다. 에이전트가 아침 일찍 움직여 주어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또 아이 소아과 검사 예약도 부탁했는데, 소아과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방문/제출해야지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단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해결할 스케줄이 하나 추가된다. 아… .. 2022. 10. 12.
D+1(2) 다시, 시작. 리셋이 싫어 이사를 하면 버릴 짐들과 그러지 말아야 할 짐들을 구별해야 한다. 그런데 그 필요가 이사 전과 이사 후가 그렇게 늘 달았던 것 같다. 주로 버리지 말아야 할 짐들엔 굉장히 삶이 윤택해지는 물건들이 많고, 버릴 짐들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어디에 쓰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물건들이 많다. 그래서 막상 이사해서 짐을 열면 이건 왜 들고 왔지 하는 물건과 도대체 그걸 왜 버렸지 하며 후회하는 물건들이 꼭 생기게 된다. 이번에도 그런 물건이 한가득이다. 리셋의 달인인 우리 가족은 (이런 식으로 짐을 다 버리고 먼 거리 이동을 하는 이사를 한 적이 서로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합리적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물건들을 잘 골라내고 지나치게 삶의 질만 연관된 물건들은 잘 버리고 왔다고 자부했다. 적어도 짐을 쌀 때는..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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