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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주37

D+57 페런하이트와 마일, 그리고 파운드 일상생활 안에서 단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교육과 사회생활을 통해 특정 숫자에 감정과 기분 척도를 달리하는데, 이 특정 숫자 뒤에는 늘 단위가 따라붙는다. 의외로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단위는 돈 단위이다. 특정 휴대폰 브랜드가 150만 원이 넘는다며 비싸다고 생각하고, 사과 한 박스가 15,000원이면 싸다고 생각한다. 연봉이 1억이 넘으면 성공했다며 부러워하기도 하고, 모 직종에서는 실수령 월급이 200만 원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거리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도 마찬가지다. 키가 180이 넘으면 훤칠하다고 생각하고, 100km 거리는 굉장히 멀다고 느낀다. 50m 정도 거리에 있다고 하면 거의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고, 책상의 길이가 1,800mm라는 설명에 살지 말지를 고민한다. 무게는 또.. 2022. 11. 13.
D+55 한국에서 온 마지막 소포 우리 가족은 정말 단출하게 짐을 싸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가구나 대형 가전은 모두 팔거나 버렸다. (초반 글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추억의 물건들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아이가 있으면 추억의 물건들이 참 많다) 세 식구의 옷가지, 일부 생필품, 소형 필수 가전들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챙긴 물건들이 없다. 십 년 전 미국에서 올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미국에 갈 때도 단출했다. 처음 준비할 때 가기를 소망했던 지역은 수도 없이 말했듯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이었다. 내가 유학했던 곳이기도 했고, 아내와 나의 직종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다. 또 겨울과 여름의 온도차가 크지 않은 곳이라 특별히 두꺼운 겨울 옷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곳에 가게 되면 겨울 옷들은 모두 버려버리고(!) 갈 수 있.. 2022. 11. 13.
D+9(2) 로드트립이 준 교훈 (앞 글에서 계속) 요새는 한국 고속도로에도 암행 순찰차가 생겨서 많이 낯설지는 않지만, 내가 유학을 하던 시절에는 암행 순찰차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나 장거리 운행을 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기 위해 속도위반을 많이 하는데, 한국처럼 속도위반을 카메라로 잡는 것도 아니고 하니, 조금 맘 놓고 위반하기도 했다. 옳지는 않지만, 그 시절엔 그랬다.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 줄이고 그러니까. 그러다가 무서운 미국 경찰한테 잡히면 (풀 오버라고 한다) 매우 무서운 건 안 비밀이다. 미국에 온 지 열흘이 안 되어 경찰에게 풀오버 되다니… 갓길에 차를 대고 가만히 있는데 손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미국에서 경찰이 차를 세우면 절대 꿈쩍도 하면 안 된다. 핸들을 잡고 있는 상태로 있다가 면허증을 보여달라고 .. 2022. 10. 22.
희망이 산산조각 나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 만든 암시에 쉽게 잘 속아 넘어간다. 계속 스스로 어떠한 믿음이 있으면 정말 그렇게 된다고 믿는다. 아니, 그렇게 됐다고 믿는다. 나와 아내가 그랬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유학을 준비해서인지, 이제야 겨우 학교 지원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이제 곧 합격자 발표를 줄줄이 받을 거란 기대가 머릿속을 지배했다. 나는 나대로 이전 글에서 썼듯, 남몰래 회사 미국 지사 설립, 혹은 크리에이터 활동 등을 하겠다는 계획을 새운 뒤, 벌써 그렇게 되었다고 나 스스로 믿은 듯했다. 아직 사장님께 말씀 한 번 드린 적이 없는데, 혼자서는 벌써 그렇게 하기로 한 사람인 듯 생각이 들었다. 물론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아도 기분만은 그랬다. ​ 새해가 밝고 이제는 본격적인 기다림의 시간이 되었다. 새로운.. 2022. 10. 21.
D+9(1) 갑작스레 떠난 원데이 로드트립 일주일 전 차량구매와 운전 면허, 그리고 영사관 면허증 번역 사이에서의 상관 관계를 언급한 바 있었다. 어찌저찌 정보를 통해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즈음해서 영사관 예약이 오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시름 놓고는 시간에 맞추어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오픈된 예약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3주 후이고, 그 이야기는 면허를 받는 일정이 한없이 미뤄져 내가 차를 구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빨라야 9월말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 완전 좌절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들어가면 예약 취소건이 있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 틈만 나면 영사민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이번주 수요일에 영사관 예약 자리가 난 것을 찾아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로 .. 2022. 10. 21.
희망 회로 2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장래 희망을 정한 후로 난 20년이 넘게 영상과 관련된 공부와 일을 하면서 살았다. 대학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방송국에서 조연출을 했고, 유학을 가선 영화과를 다니며 애니과 사람들과 단편 애니 프로듀싱을 했다. 한국에 돌아와선 누구나 다 아는 그 애니메이션 만드는 회사를 다니며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하는 프로듀서로 8년을 다녔다. 미국행을 결정하면서 아내가 공부하는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해 봤는데, 앞의 글에서처럼 그런 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유튜브를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사실 유튜브라는 매체가 내게 잘 어울리는 매체는 아니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단편 영화만을 만들었다. 짜인 각본에 의한 연기를 찍고, 이를 기민한 편집으로 잘 만들.. 2022. 10. 18.
D+6 주말에도 멈추지 않는 정착 전쟁 맞벌이 직장인들에게 주말은 치열하게 쉬어야 하는 이틀이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각종 업무와 인간관계에 시달리고, 또 집에 돌아와서는 밀린 집안일과 엄마 아빠 노릇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점점 피로가 쌓이면 주말에는 결국 꼼짝도 못 하고 휴식에 전념하게 된다. 미국으로 이주를 하고 첫 주말을 맞았다. 불과 지난 월요일 인천에서 비행기를 탄 후, 화요일 새벽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 4일 동안 정착하게 위해 동분서주했던 것들이 쌓여 피로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주말이라고 낮잠도 좀 늘어지게 자고, 브루노 마스의 노래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끊이지 않는 아마존 배송과 수많은 가구 조립, 그리고 청소 등으로 인해 주말도 정.. 2022. 10. 18.
D+5 가구 조립의 굴레 아마존이 미국의 풍경을 많이 바꾼 것은 사실인가 보다. 십 년 전 살던 미국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이란 모두 쉬는 날이다.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나 주말 나들이를 위한 일부 상점을 제외하고는 거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 살던 시절은 온라인 커머스가 아주 초반인 시절이었는데, 아마존이든 이베이든 유피에스든 우체국이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배달을 오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존 배송 일정을 보는데 토요일, 일요일 막 이렇게 뜨길래, 설마 이때 올까 했는데, 정말로 수없이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주문했던 물건부터 그제 주문한 물건까지 정말 많은 물건이 배송이 왔다. 오늘의 가장 큰 해결 과제는 식탁 조립이었다. 한국에서는 굉장히 간단한 아이케아의 식탁을 가지고 있었는데, 미국의 새 .. 2022. 10. 14.
희망 회로 1 아내가 얼추 대학원 지원을 마무리하고, 합격 여부, 혹은 인터뷰 요청 연락만을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학교를 쓰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디는 가면 불편해서 못 산다며 지원서를 쓰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어디는 학교가 싼 티 난다며 지원을 꺼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쓴 모든 학교에서 다 합격하고 나면 어디를 가야 하나 행복 회로를 돌려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아서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학교에 지원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을 가기로 결정을 하면서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경력 단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했다. 이제는 아내의 합격을 기다리는 입장이 되고 나니, 나의 퇴.. 2022. 10. 14.
D+4 우리에게도 일상은 오는가 또다시 아침은 밝아 오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완전히 정착된 것이 아니고, (당연하게도) 하루하루 새로운 이슈가 생겨 해결해야 하기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 다소 두렵기도 하다. 아무래도 아내와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시작해야 안정될 것 같다. 아침엔 임대인 보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어제 우편으로 받은 아파트 보험 이슈를 정착 에이전트에게 부탁했는데, 다행히도 잘 해결해서 문서를 나에게 보내주셨고 나는 아파트 보험 관리 대행업체에 그 내용을 보내주기만 하면 되었다. 에이전트가 아침 일찍 움직여 주어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또 아이 소아과 검사 예약도 부탁했는데, 소아과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방문/제출해야지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단다.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해결할 스케줄이 하나 추가된다. 아… .. 2022.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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