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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유학37

2-6 미국에서 살 집을 인터넷 쇼핑하다! 아내가 학교 입학 허가 서류를 받고 나자, 여러 방면으로 진짜 이주 준비가 시작되었다. 마침내 서류를 받았으니 미국 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아내의 학교도 완전히(?) 확정됐으니 우리가 살 집도 정해야 했다. 미국 비자 신청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주 준비를 위해 워낙 신경 쓸 것이 많기도 했고, 처음 아내가 유학원을 등록했을 때 비자 신청은 유학원에서 도와준다고 했어서 유학원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기로 했다. 비록 아내가 합격한 학교가 유학원에서 같이 서류를 작성했던 학교는 아니었지만, 유학원에서는 자신들과 함께 지원한 학교로 진학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자 수속을 도와준다고 하니 한시름 놓았다. 내가 진짜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은 우리 가족이 머물게 될 터전을 찾는 작업이었다. 다른 이주 준비 관련 블로그나.. 2022. 12. 13.
D+106 미국에서 첫눈 오던 날 오랫동안 한 곳에 정착해서 살다 보면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바로 날씨다. 8월 초에서 중순이 넘어가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을 특별한 징조가 없이도 알 수 있고, 11월 중순이 다가오면 그때의 날씨 경향과는 무관하게 반짝 하루 이틀 추위가 오는 것도 알 수 있다. (수능 추위라고 하지) 그만큼 봄이 되어서도 3월은 아직 춥고, 4월엔 아무리 따뜻해도 겉옷을 하나 정도 챙기는 것이 좋으며, 5월엔 가끔 반팔을 입는 것이 당연한. 그렇게 날씨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한 곳에 오래 살아 몸과 머리에 날씨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이주하고 어쩌면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이 날씨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남반구 국가로 이주하.. 2022. 12. 6.
D+105 나이 많은 세탁기와 건조기 한국에 있을 때 미국에서 살 집을 보면서 유념하면서 체크했던 것들 중에 하나가 집에 주요 가전제품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거의 대부분의 집에 가전제품을 사거나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마련해 들여와야 하지만, 미국에선 세놓는 집의 경우에는 주방 가전은 완전히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세를 놓는다. 그래서 부동산 앱이나 사이트의 공고문 내용을 보면 가전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언제 교체했는지, 얼마나 새 거인지 써 놓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글을 보면 흰색 주방가전 완비, 은색 주방가전 완비,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은색 주방가전이라고 하면 아, 가전제품이 신형으로 마련되어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기본적으로 스토브 탑, 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와 같은 주방 가.. 2022. 12. 1.
D+100 100일간의 미국 정착, 우리는 정착했을까? 미국에 처음 도착한 날이 2022년 8월 1일, 그날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정확하게 100일이라고 못 박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착에 필요한 여러 세팅을 마무리하는데 100일 정도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다. 얼추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미국 생활의 세팅이 마무리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달력을 보니 미국에 온 지 100일이 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벌써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일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이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출국하기 일주일 전부터다. 우리 가족의 귀한 시간을 잘 남겨놓고 싶었고, 사진도 동영상도 좋지만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잘 남겨 놓고 싶었다. 늘 작심삼일에 용두사미, 계획만 거창하게 하고 흐지부지 되는 일이 많았던.. 2022. 12. 1.
2-4 입학 허가 서류 어서 주세요 ‘주소에 아파트 동호수를 안 적었다고?’ ​ ‘그럼 안 되는 거야?’ ​ ‘당연하지. 왜 개인정보를 정확하게 안 적어?’ ​ ‘내 정보를 다 주는 게 그렇단 말이야. 프라이버시도 몰라?’ ​ ‘그럼 학교 서류는 어떻게 받을 건데? 다 우편으로 올 텐데, 그거 받아야 할 거 아냐.’ ​ 아내는 어디에 주소를 낼 때 항상 아파트 동호수를 적지 않는다. 다른 부분은 이해할 수 있다. 병원에서 주소를 요구하거나, 상업적인 곳에서 요구를 받을 때면 나도 멈칫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범위가 훨씬 넓다. 아내는 이번에 대학원에 지원하면서 주소를 적을 때 아파트 동호수를 하나도 적지 않았다. 나는 사실 이런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주소라는 것은 개인 정보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 2022. 11. 29.
D+81 무서워서 못 하는 남자, 무서워서 해치우는 여자 '띵 띵~’ ‘응? 무슨 소리야?’ ‘타이어 기압이 안 맞는다네. 정비를 받아 봐야겠는데?’ 며칠 전, 산 지 두 달 정도 된 나의 새로운 미국차에서 처음으로 경고등이 떴다. 연식과 마일리지가 조금 된 중고차를 사면 여러 가지 정비 이슈가 생기는데, 그 첫 현상이 생긴 것이다. 내가 산 중고차는 지난번에도 말했듯, (이 글 참조) 2011년 독일 M사의 4륜 구동을 지원하는 준중형 세단이다. 참고로 이 정도 연식의 차량은 건실한 일본, 한국의 브랜드 준중형 차량보다 독일 브랜드의 준중형 차량이 더 저렴하다. 이유는 바로 일본차나 한국차의 정비가 훨씬 용이하고 저렴하기 때문이다. 반면 독일차는 정비 비용이 비싸고 부품 수급도 쉽지 않다. 처음에는 안전한 독일차를 구매했다며 안심했다가 정비를 받을 생각을 하.. 2022. 11. 25.
D+78 미국 동부에서의 월동 준비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군대 제대할 때까지, 근 20년 동안 단독주택에 살았다. 서울엔 몇몇 단독주택 단지들이 남아있는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성북구 돈암동 일대에 집이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면 왠지 엄청나게 부유한 삶을 산 게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흔히 생각하는 성북동이나 한남동의 근사한 단독주택촌이 아니라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쌍문동 동네에 더 가까운 분위기였다. 단독주택에 살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몇 가지 단점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겨울에 정말 많이 춥다는 것이다. 몇 살 때까지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짧게 연탄을 때던 시절도 있었고, 리모델링 후에는 보일러로 온돌을 땠지만 아버지가 1년에 한두 번 정도 기름을 배달해서 보일러에 넣어.. 2022. 11. 25.
D+61 미국에서 만난 식빵 누나의 초대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같은 아파트에 같은 학년 남자 친구 T도 처음 미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세 아이중 막내인 T는 저 멀리 유럽 마케도니아(그리스 위에 있는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에서 온 친구로, 우리 아이와 같이 ESL 클래스를 같이 듣고 바로 옆반에 버스도 같이 타고 다녀서 금방 친해졌다. T의 엄마 V는 처음 학교 버스를 태울 때 처음 만났는데, 두 아이가 같은 학년인걸 알고는 대뜸 내 전화번호를 받아 갔다. 나이는 한참 많아 보였지만, 키도 엄청 크고 언동 선수 출신 삘 나는 V의 포스는 장난이 아니었고, '와, 뭐 이런 친화력 갑인 사람이 있나' 생각했다. 번호는 가르쳐 줬어도 자주 연락이 오리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정말 하루 걸러 하루 연락이 왔다. ‘제이.. 2022. 11. 16.
해는 뜬다! ‘자기야’ ‘응?’ ‘나, 붙었나 봐’ ‘응?’ 저녁 8시, 집안일을 모두 마친 뒤, 아내는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며 휴대폰의 이메일을 정리하고 있었고, 난 그 옆의 실내 자전거에 올라 운동을 하고 있었다. ‘ㅇㅇ대학의 박사과정 담당자인데 축하한다는데?’ 아내가 캘리포니아의 꿈꾸던 학교에서 불합격 소식을 들은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나는 7년 근속으로 받은 리프레시 휴가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아이와 함께 시간도 보내고 아내가 재택근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쓴 휴가였다. 아이가 방학 동안 집에만 있다 보니 아내의 업무가 많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는데, 학기가 시작되면 그나마 학교 가 있는 동안은 일이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방학 동안에 아내.. 2022. 10. 28.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아내가 가장 가고 싶어 하던 학교의 불합격 통보를 받을 무렵, 내가 다니던 회사의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새해의 연봉협상이 올해 들어 한 달 가까이 늦어졌다. 사장님께 각 직원에 대한 연봉을 보고 드렸는데, 아직 결재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흉흉한 소문도 돌았다. 새로운 해에는 성과 지표를 모두 수치화해서 절대 평가로 연봉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장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빡빡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봉 협상에선 역대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수치로만 따지면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뭔가 일 년 동안 진행한 업무에 대한 질책을 받는 듯한 느낌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일 년 동안 진행했던 업무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자격지심이 있..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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